북쪽을 모르면서
북쪽이 그리웠다
나는 감염된 계절이에요 팔과 다리를 오므리고 한
덩어리의 어둠으로 녹아가는 중입니다 크고 검은 고
래의 뼈를 생각합니다 아늑한 동굴입니다
얼마나 남았을까요?
나는 벤젠처럼 냄새가 없어요
창문을 열어놓고 자는 버릇을 고칠 수가 없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을 지우며
휘파람을 불면서 아래로
더 아래로, 추락하는 꿈속에서
찬바람이 불어, 나를 모르는 사람의 눈동자에서
충혈된다는 것은 출구가 없다는 것
빗속에서도 젖지 않고 메말라가는 곳
그런데 나는, 언제까지 뻗어가야 하는 동굴일까요?
닫힌 서랍 속에서
북쪽의 태양이 길어지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자꾸만 태어나고
북쪽을 모르면서
북쪽이 그리웠다
나는 조금 더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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