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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V POEMS

지엽적인 삶, 송승언



비닐하우스에는 빛이 가득하다 현기증이 난다

 

너는 거대한 사물에 물을 뿌리고 있다 그것이 뭐냐고 물었다

그것은 꽃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꽃이 아니다

꽃은 색이 있고 향기가 있다 무더기로 살다가 무더기로 죽는 것이다


그것은 거대한 하나이고 색이 없다 살지도 죽지도 않고 무한히 자라난다


요즘은 잘 사냐고 물었다 잘 사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요즘은 아프지도 슬프지도 않다고 했다


꽃이 아닌 그것이 비닐하우스를 채웠다 현기증이 난다

그런데 너는 누구냐고 물었다

 

이곳에는 빛이 가득하다 몸을 잃을 만큼


물을 뿌렸다

물이 흩어진 곳에서 어둠이 번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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