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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V POEMS

단장, 임화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옳은 희망을 실천한다는 것은……
그러나 희망을 버린다는 것은 일층 더 어려운 일이다
비록 죽음이 일체를 무덤 속에 파묻는 때라도……
 
비열이란
아무 거리낌 없이 이것을 실행하는 인간이다
더욱이 그것을 변명하는 교지
어떠한 무지도 이보다는 선량하다.
 
범용한 詩人만이 항상 말의 부족을 한탄한다
한번도 이름 없는 풀잎이
지상에 나본 일은 없었다
詩人은 이름 없는 풀에서 이름을 발견하는 인간이다
그러나 죽은 말은 자연의 생명을 빼앗는다.
 
아직도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몽매한 신념을 팔고 있는 詩人이 있다
너에게는 너의 길
나에게는 나의 길
예술의 길을 걷는 모든 시민에게 자유가 있다……
 
이런 자유 속에서 노예의 자유와 향락의 자유의 깊은 모순이 숨겨 있다
반드시 길의 일단은 로마로
다른 일단은 이디오피아로 통하는 것이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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