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纏の国のガルダ / GARUDA [2D Anime (short film)] 가면을 사용해 얼굴을 가리는 것을 관례로 하는 국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곳에서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 된다.그 중 하나는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가면을 벗는 금기를 범하나다른 한 사람은 용기가 없었다. 금기를 어긴 자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그리고 이어지는 그들의 싸움... HP : http://hazga.com/ pixiv : http://www.pixiv.net/member.php?id=17... twitter : ハツガ / @dmaigmai 더보기
주저흔 (躊躇痕), 김경주 몇 세기 전 지층이 발견되었다 그는 지층에 묻혀 있던 짐승의 울음소리를 조심히 벗겨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발굴한 화석의 연대기를 물었고 다투어서 생몰 연대를 찾았다 그는 다시 몇 세기 전 돌 속으로 스민 빗방울을 조금씩 긁어내면서 자꾸만 캄캄한 동굴 속에서 자신이 흐느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굴 밖에선 횃불이 마구 날아들었고 눈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간을 오래 가진 돌들은 역한 냄새를 풍기는 법인데 그것은 돌 속으로 들어간 몇 세기 전 바람과 빛 덩이들이 곤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그것들은 썩지 못하고 땅이 뒤집어져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동일 시간에 귀속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서로 전이를 일으키기도 한다 화석의 내부에서 빗방울과 햇빛과 바람을 다 빼내면 이 화석은 죽을 것이다 그는 새로운 .. 더보기
외계로부터의 답신, 강성은 어떤 날은 한밤중 세탁기에서도 멜로디가 흘러나오지냉장고에서도 가방 속에서도심지어 변기에서도 어떤 날은 내가 읽은 페이지마다 독이 묻어 있고내 머리털 사이로 예쁜 독버섯이 자라기도 한다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죽지 않고 어떤 날은 미치도록 사랑에 빠져든다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어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병들어가고 어떤 날에는 우주로 쏘아올린 시들이 내 잠 속으로 떨어졌다 어쩌면 이것은 외계로부터의 답신당신들이 보낸 것에 대한 우리들의 입장입니다 더보기
없는 방, 박지웅 연필과 종이뭉치를 던져주고 나는 자주 어떤 문장에 희망을 감금하였으나 그는 매번 문장에 쥐구멍을 내고 달아났다 볕든 쥐구멍을 몇 개의 낱말로 메운 뒤 다시 그를 협소한 문장 안에 가두었다 너는 없다 좁은 문장은 벽과 바닥이 단단했다빈틈이라고는 도무지 없었다 그러고 나는 비누처럼 웅크렸다그는 없는 손을 뻗어 나를 문지르고 없는 얼굴을 씻고없는 머리카락을 빗어내렸다 다시 어디론가 나가려고 행동하였으니없는 꿈을 꾸는 그가 나는 다만 우스울 뿐이었다그는 없는 옷을 차려입고 없는 몸을 일으켜 없는 거울을 향해없는 미소 한번 지어보이고 없는 신발을 신고없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없어져버렸다 나는 방 안을 쥐새끼처럼 뛰어다녔다없는 그가 빠져나간 없는 방을 나는 서둘러 지웠다더 정교하게 썼다 없는 방도 없는 방에 너는.. 더보기
천사, 신해욱 나는 등이 가렵다. 한 손에는 흰 돌을한 손에는 우산을들고 있다. 우산 밖에는 비가 온다. 나는 천천히어깨 너머로 머리를 돌려등 뒤를 본다. 등 뒤에도 비가 온다. 그림자는 젖고나는 잠깐슬퍼질 뻔한다. 말을 하고 싶다.피와 살을 가진 생물처럼.실감나게. 흰 쥐가 내 손을떠나간다. 날면,나는 날아갈 것 같다. 더보기
단 하나의 이름, 이제니 얼어붙은 종이 위에서 나는 기다린다얼음의 결정으로 떠오르는 기억의 물처럼발설하지 않은 이름을 대신할 풍경이 몰려올 때까지 월요일에 나는 잃어버린 사람이 되었지아니 화요일 아니 수요일 아니 목요일 아니 금요일이미 잃었는데도 다시 잃고야 마는 요일의 순서들처럼수면양말에 담긴 너의 두 발은 틀린 낱말만 골라 디뎠지 이곳은 너무 어둡고 너무 환하고 텅 빈 채로 가득 차 있다이 흰색을 이 검은색을 고아라고 부를 수도 있을까 사랑하는 나의 고아에게오늘의 심장은 어제의 심장이 아니란다건초더미라는 말은 녹색의 풀이 한 계절을 지나왔다는 말세계의 끝으로 밀려난 먼지들의 춤도 이와 마찬가지소리가 되기 위해 모음이 필요한 자음들처럼 이제 그만 울어도 좋단다 말없는 자매들처럼 돌아누워 나누는 애도의 목례검은 종이 위에 검은 .. 더보기
생일, 이응준 온 우주의 별자리들을 다 헤매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 사막의 중심에서나는 나의 죄를 담은 밤하늘을 향해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그러자모든 것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더보기
꽃멀미, 김충규 새가 숨어 우는 줄 알았는데 나무에 핀 꽃들이 울고 있었다 화병에 꽂으려고 가지를 꺾으려다가 그 마음을 뚝 꺾어버렸다 피 흘리지 않는 마음, 버릴 데가 없다 나무의 그늘에 앉아 꽃 냄새를 맡았다 마음속엔 분화구처럼 움푹 패인 곳이 여럿 있었다 내 몸속에서 흘러내린 어둠이 파놓은 자리, 오랜 시간과 함께 응어리처럼 굳어버린 자국들 그 자국들을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을 때 깊고 아린 한숨만 쏟아져 나왔다 꽃 냄새를 맡은 새의 울음에선 순한 냄새가 났다 그 냄새의 힘으로 새는 사나흘쯤 굶어도 어지러워하지 않고 뻑뻑한 하늘의 밀도를 견뎌내며 전진할 것이다 왜 나는 꽃 냄새를 맡고 어지러워 일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늘에 누워 올려다보는 하늘에는 구름이 이동하고 있었다 구름이 머물렀던 자리가 움푹 패여, 그 자리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