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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들, 최서진
파이라이트
2016. 10. 24. 12:28
나비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때의 얇은 날개짓은 작별인사처럼 고요하다
따뜻하고 싶은 상상만으로 식은땀을 흘려야 하는
다가갈 때마다 속눈썹부터 젖고 마는
그늘로만 날아야하는 나비, 보폭을 견딜 수 없을 때
참을성을 엎지르며 날아가는 나비들
나비의 허공에 뜨거운 바람이 불고
무엇이든 녹이는 세계에서
멀리 날아갈 수 있을까, 나비
눈앞에서 사라져 가는 나비의 날개에 대하여
동의할 수 없는 관점으로 바라본다
눈을 감으면 나의 한쪽을 규정지으며 달아나는 나비
저만치 나비, 나비가 사라져간 방향으로 눈길을 주고
두 눈을 비비면 손끝 따라 전하지 못한 문장들이 식물처럼
돋아나고 그 곳으로부터 까만 씨앗이 결핍처럼 맺힌다
다시 봄을 가지면 너는 어둠을 털고 와줄까
금지된 세계에 침을 섞으며 사라져 가는 오후
외로운 안과 밖에서 주술처럼 벽이 자라고
집요하게, 허공에서 나비를 부르는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