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건
내 손가락을 쓰는 일이 머리를 쓰는 일보다 중요하기
때문. 내 손가락, 내 몸에서 가장 멀리 뻗어나와 있다.
나무를 봐. 몸통에서 가장 멀리 있는 가지처럼, 나는 건드린다,
고요한 밤의 숨결, 흘러가는 물소리를, 불타는 다른 나무의 뜨거움을.
모두 다른 것을 가리킨다. 방향을 틀어 제 몸에 대는 것은
가지가 아니다. 가장 멀리 있는 가지는 가장 여리다.
잘 부러진다. 가지는 물을 빨아들이지도 못하고 나무를
지탱하지도 않는다. 빗방울 떨어진다. 그래도 나는 쓴다.
내게서 제일 멀리 나와 있다. 손가락 끝에서 시간의 잎들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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