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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V POEMS

비의 무게, 이현승



분리수거된 쓰레기들 위로

비가 내린다

끼리끼리 또 함께

비를 맞고 있다

 

같은 시간

옥수동엔 비가 오고

압구정동엔 바람만 불듯이

똑같이 비를 맞아도

폐지들만 무거워진다

 

같은 일을 당해도

어쩐지 더 착잡한 축이 있다는 듯이

처마 끝의 물줄기를

주시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내리는 빗속에서

더이상 젖지 않는 것들은

이미 젖은 것들이고

젖은 것들만이

비의 무게를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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