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ath of flowers

from ILLUST 2017.10.03 10:44











  잔잔한 바다였다. 요 며칠 비를 뿌려대던 하늘도 비로소 잠잠해졌고 바람도 부드러웠다. 고기잡이배가 나가기에 좋은 날이었다. 이런 날엔 불안한 생각에 잠길 사람도 없을 것이다. 바닷가 동네는 이런 점에서 단순했다. 파도가 잘 때면 모든 걱정이 덜했다. 친구는 미뤄둔 졸음이 몰아닥치는지 자꾸 눈꺼풀을 내려 깜작거렸다. 아이가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나뭇가지로 모래사장 위에 긴 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 뒤로 그 애가 입은 하얀 치맛자락이 꿈속에서처럼 잔상을 늘어뜨렸다.
  여기선 우러러볼 것도 없고, 내려다볼 것도 없었다. 그저 한없이 아득하기만 했다. 그런 단순함이 위로가 되었다. 활짝 트인 저 바다 어디로나 날아가 닿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왜 하고많은 사람들이 땅의 끄트머리로 찾아와 마음을 달래고 돌아가는지를 알 것 같았다.


시간성의 뱀 

「꽃의 초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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